‘옷장을 열면’ 안 입는 옷이 한가득!
그는 “디자이너들이 원하는 건, 자기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라며 “그들의 브랜드를 경희 구성원이라는 소비자에게 알려,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by 최재원 기자 | date 2015.11.26 | hit 789
【서울】 지난 25일 청운관 지하 2층 학생식당 입구 옆 공간에 ‘옷장을 열면’이라는 의류 편집숍이 문을 열였다. ‘옷장을 열면’은 일반인이나 의류 제작자에게 물품을 받아 대신 판매해 수수료를 받는 가게다. 이 편집숍의 운영을 총괄하는 담당자인 채수영(언론정보학 2012) 군을 만나봤다.
채 군은 지난 9월 생활협동조합(생협)이 주관한 대안프로젝트 창업지원 사업에 선정돼 사업 준비에 쓸 200만 원과 시설 투자를 위한 500만 원을 지원받았고, 창업을 위한 학교 공간 일부를 제공받아 이 편집숍을 차리게 됐다.
채 군은 주변 친구들로부터 소위 말하는 ‘패션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곤 했다. 그는 “예전부터 도대체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마네킹에 입혀놓은 대로 구입하거나, 점원에게 어울리는 옷들을 무조건 골라달라고 부탁했다”는 웃지 못 할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그가 패션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단지 ‘옷 고르는 감’이 다소 부족했을 뿐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채 군은 유명 패션잡지를 찾아 읽거나 사람들의 옷차림새를 관찰해 사진으로 남겼다. 또한 패션 위크(Fashion week)에 열리는 패션쇼를 관람하고 칼럼을 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 뒤, 페이스북 ‘옷장을 열면’ 페이지를 개설했다.
패션관련 여러 활동을 통해, 채 군은 성공가도를 달리는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류학도들과 신진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옷을 알리기 위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야하는지 알게 됐다. 그는 “디자이너들이 원하는 건,자기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라며 “그들의 브랜드를 경희 구성원이라는 소비자에게 알려,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기획한 창업 프로젝트 ‘옷장을 열면’은 일반인에게 중고 의류나 액세서리 등을 받아 대신 판매해 수수료를 받는 플리마켓의 형태를 띤다. 또한 온라인 패션몰에서 물품을 조달받아 이를 판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옷장을 열면’ 프로젝트가 가진 본연의 목적은 ‘의류학도나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그들이 제작한 옷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어, 그들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점검하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수상의 이유가 무엇인 것 같은지 묻는 질문에 채 군은 “창업보육지원센터에서 주관한 대회였다면 분명 떨어졌을 거다. ‘옷장을 열면’ 프로젝트는 이윤추구에 중점을 두고 있지 않지만 생협은 대안사회 구상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게 ‘옷장을 열면’이 추구하는 목표와 일치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옷장을 열면’이 뭔가 대단한 변화를 이끌어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